
사순절 8일차, 거센 풍랑 속에서 두려워하던 제자들과 바다를 잠잠케 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합니다.
살기 위해 자기보호의 바가지를 퍼내던 우리의 손을 멈추고, 인생의 참된 주관자이신 주님과 깊은 사랑을 나누는 교제의 자리로 나아가는 법을 나눕니다.
내 힘으로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살길을 찾습니다.
오늘 본문 속 제자들의 상황이 딱 그랬습니다.
갈릴리 바다에 미친 듯한 광풍이 일었고, 배에는 물이 가득 차올라 가라앉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베테랑 어부였던 그들은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물을 퍼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절박한 생존의 현장에서, 예수님은 고물(배의 뒷부분)에서 베개를 베고 깊은 잠에 빠져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원망 섞인 비명을 지르며 주님을 깨웁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
이 외침은 단순히 살려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내 절박함을 몰라주는 것 같은 하나님을 향한 분노와 서운함이었습니다.
01. 성경본문
개혁개정
마가복음 4장
바람과 바다를 잔잔하게 하시다(마 8:23-27; 눅 8:22-25)
35 그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
36 저희가 무리를 떠나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가매 다른 배들도 함께 하더니
37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부딪혀 배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38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시고 주무시더니 제자들이 깨우며 가로되 선생님이여 우리의 죽게 된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하니
39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40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41 저희가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저가 뉘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고 하였더라
02. 혼돈을 잠재우고 사랑의 교제로 초대하시는 분

오늘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혼돈을 통제하시며, 우리와 친밀하게 교제하기 원하시는 분'으로 묘사합니다.
잠에서 깨신 예수님은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를 향해 "잠잠하라 고요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미쳐 날뛰던 자연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종하며 아주 잔잔해집니다.
주님은 단순히 제자들의 목숨을 연장해 주기 위해 기적을 베푸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바람이 멈춘 후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이 질문은 책망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사랑의 탄식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문제를 만날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비명을 지르는 관계가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아버지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평안을 누리며 깊은 사랑을 나누기 원하십니다.
03. 생존의 두려움이 만든 교묘한 자기보호본능

반면 성경에서 비치는 제자들의 모습은 '위기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려 발버둥 치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고난을 만날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자기보호본능'**입니다. 내 힘으로 이 풍랑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운 것은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내 생존을 위해 예수님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자기방어적인 태도에 불과했습니다.
우리의 기도도 때로는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과 사랑을 나누기보다, 당장 내 배에 들어온 물을 퍼내 달라고 소리치며 응답이 늦어지면 원망합니다. 내가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감이, 바로 옆에 생명의 주관자가 계심을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04. '피모오', 우리를 위협하는 야수에게 재갈을 물리시다

예수님께서 바다를 향해 꾸짖으셨던 원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강력하게 보호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피모오 (φιμόω): 헬라어 원어로 '입을 틀어막다', '재갈을 물리다'는 뜻입니다.
주님은 마치 으르렁거리며 제자들을 삼키려 달려드는 맹수의 입에 재갈을 물리듯, 폭풍을 단숨에 굴복시키셨습니다.
성경에서는 세상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어떤 거대한 문제도 주님의 권위 앞에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합니다.
주님이 우리 인생의 풍랑에 '피모오'라고 명령하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시끄러운 불안의 소리들을 잠재우고, 이제 고요해진 그곳에서 주님과 온전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05. 결론

여러분.
지금 당신의 배를 흔들고 있는 거센 풍랑은 무엇입니까?
살기 위해 바가지로 물을 퍼내느라, 정작 배 안에 함께 계신 주님을 잊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사순절 8일차, 오늘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실천해 보길 원합니다.
1. '바가지' 내려놓기:
오늘 나를 두렵게 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내가 먼저 해결하려던 손을 잠시 멈추세요.
그리고 "주님, 제가 저를 보호하지 않고 주님을 신뢰하겠습니다"라고 고백해 보세요.
2. 고요함 속의 교제 회복하기:
내 안의 두려움에 재갈을 물리시고, 유튜브 채널 '킹덤빌더즈'와 함께하는 묵상의 자리로 나아오세요.
혼돈을 잠재우신 주님과 고요히 눈을 맞추며, 참된 평안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진정한 평안은 풍랑이 없는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와 함께 이 배에 타고 계심을 믿는 깊은 사랑 안에 있습니다.
폭풍을 잠재우신 주님은 이제 바다 건너편, 귀신 들린 자가 쇠사슬에 묶여 울부짖는 거라사 지방으로 향하십니다.
한 영혼을 얽매고 있는 가장 질긴 결박을 어떻게 끊어내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시간, [사순절 묵상 9일차] 에서 계속됩니다.
'절기묵상 > 사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순절 묵상 10일차] 가버나움 | '게으름'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진짜 마음 (요 6:35-37) (0) | 2026.02.28 |
|---|---|
| [사순절 묵상 9일차] 빈들 | 내 손의 작은 떡을 계산할 것인가, 주님의 손에 맡길 것인가 (요 6:10-13) (0) | 2026.02.27 |
| [사순절 묵상 7일차] 레위의 집 | 나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는 영적 환자는 아닌가요? (막 2:16-17) (0) | 2026.02.25 |
| [사순절 묵상 6일차] 가버나움 | 내 삶의 진짜 마비는 어디에서 오는가? (막 2:1-12) (0) | 2026.02.24 |
| [사순절 묵상 5일차] 나사렛 회당 | 당신을 가둔 '자기보호'의 감옥에서 걸어 나오세요 (눅 4:16-19) (0) | 2026.02.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