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 13일차, 예수님이 친히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을 묵상합니다.
내 생존을 지키기 위해 기도를 도구로 삼는 자기보호본능을 내려놓고, 하늘 아버지와 매일 일용할 은혜를 먹으며 깊이 사랑을 나누는 참된 교제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원하는 음료수를 얻기 위해 자판기 버튼을 누를 때, 우리는 자판기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동전을 넣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만 빠르게 얻어내면 그만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어떠한가요?
이방인들은 신을 달래어 내 안전과 풍요를 얻어내려 중언부언하며 주문을 외웠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도 역시 때로는 나의 절박한 소원 목록을 쏟아내고 응답이라는 결과물만 자판기처럼 덜컥 받아내려는 몸부림일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우리를 향해 기도의 완전히 새로운 차원, 즉 '관계의 패러다임'을 열어주십니다.
01. 성경본문
(개역개정)
마태복음 6장
9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10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11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12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13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14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15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02. 거래를 끝내고 사랑의 교제로 부르시는 분

오늘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는 기계가 아니라, 눈을 맞추고 사랑을 나누기 원하시는 아버지'로 묘사합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가르치시며 가장 먼저 대상을 부르게 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 한마디에 복음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다가가기 두려운 심판관이 아니라,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를 자녀 삼아주신 '아빠(Abba)'가 되셨다는 엄청난 선언입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결재 서류를 내밀듯 기도하지 않습니다.
본문 속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한 문장으로 기도하지 못해도, 이미 우리의 쓸 것을 다 아시며(8절) 우리와 다정하게 식탁에 마주 앉아 대화하고 친밀하게 교제하기를 가장 기뻐하시는 분입니다.
03. '평생의 양식'을 쌓아두려는 치열한 자기보호본능

반면 성경이 짚어내는 우리의 연약함은 '하나님보다 창고에 쌓인 양식을 더 의지하려는 모습'에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고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이 기도가 왜 이토록 어려울까요?
우리 안의 지독한 '자기보호본능'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용할 양식(오늘 하루치)만으로는 너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합니다.
1년 치, 아니 평생 먹고살 노후 자금이 통장에 든든히 쌓여 있어야 비로소 안심합니다.
하나님이 매일 나를 먹이실 거라는 신뢰가 없으니,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려고 과도하게 염려하며 창고를 짓습니다.
하지만 내 힘으로 쌓아 올린 견고한 자기보호의 성벽은, 역설적으로 하나님과 매일 사랑을 나누는 친밀한 교제를 가로막는 단단한 담벼락이 되고 맙니다.
04. '에피우시오스', 내일을 통제하려는 손을 놓다

예수님이 '일용할 양식'이라고 하실 때 쓰인 원어를 묵상해 보면,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깊은 관계로 초대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에피우시오스 (ἐπιούσιος): 헬라어 원어로 '생존에 필요한, 내일을 위한, 그날 하루 분량의'라는 뜻입니다.
성경 전체에서 오직 주기도문에만 등장하는 아주 특별한 단어입니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매일 아침 만나를 거두며 하나님을 의존했던 것처럼, 성경에서는 내일의 몫을 통제하려는 헛된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매일매일 일용할 은혜를 주시는 이유는 우리를 굶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매일 밥을 먹듯, 매일 하나님 아버지와 마주 앉아 생명력 넘치는 사랑의 교제를 나누게 하기 위한 가장 따뜻한 초대입니다.
05. 결론

여러분.
지금 당신의 기도는 내일을 통제하기 위한 불안한 주문입니까, 아니면 오늘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와의 따뜻한 교제입니까?
사순절 13일차, 오늘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실천해 보길 원합니다.
1. 자판기 코드 뽑기:
오늘 무언가 급하게 구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잠시 입을 닫아보세요.
대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제가 주님의 자녀임이 가장 큰 응답입니다"라고 고백하며 주님과 깊이 눈을 맞추십시오.
2. 일용할 사랑 나누기:
한꺼번에 평생의 은혜를 받으려 하지 말고, 매일매일 유튜브 채널 '킹덤빌더즈'의 예배 자리로 나아오십시오.
오늘 하루 주시는 일용할 말씀의 양식을 먹으며 주님과 사랑을 나눌 때, 내일의 불안은 십자가의 평안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기도는 응답을 얻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과 연합하는 가장 깊은 사랑의 입맞춤입니다.
주기도문을 통해 기도의 본질을 가르쳐주신 예수님은, 이어서 우리가 왜 그토록 땅에 재물을 쌓아두려는지, 그 마음에 숨겨진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날카롭게 해부하십니다.
다음 시간, [사순절 묵상 14일차] 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