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24일차] 귀향 | 돌팔매를 막으려 맨발로 달린 아빠, 그리고 빚을 갚으려는 아들 (눅 15:20-24)

사순절 25일차, 탕자의 귀향을 묵상합니다. 나의 행위로 죗값을 갚으려는 '품꾼'의 율법주의를 내려놓고, 마을의 돌팔매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구원의 옷을 입히신 아버지의 은혜를 수직적(내면), 수평적(외면) 십자가 실천으로 살아내는 생명력을 나눕니다.
목차
02. 마을의 돌팔매(수치)를 자신의 몸으로 막아낸 분
03. '품꾼'으로 죗값을 치르겠다는, 무서운 율법적 교만
우리는 하나님께 큰 죄를 짓거나 삶이 무너졌을 때, 이상하게도 곧바로 하나님께 나아가기를 주저합니다.
"이런 더러운 모습으로 염치없이 어떻게 기도를 해? 눈물로 회개도 좀 하고, 봉사도 하면서 내가 저지른 죗값을 조금이라도 갚은 뒤에야 당당하게 나갈 수 있지."
우리는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의 세상에 살다 보니, 하나님의 용서조차 내가 대가를 지불해야 얻어낼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먼 타국에서 유산을 다 날려버리고, 유대인이 가장 혐오하는 돼지 사료(쥐엄 열매)로 연명하던 둘째 아들의 마음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끝없이 아버지와 거래할 영수증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01. 성경본문
누가복음 15장
20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21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하나
22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23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24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그들이 즐거워하더라
02. 마을의 돌팔매(수치)를 자신의 몸으로 막아낸 분

오늘 성경에서는 예수님을 '우리의 수치와 형벌을 막아내기 위해, 기꺼이 체면을 버리고 질주해 오시는 아버지'로 선포합니다.
중동 문화 권위자인 케네스 베일리(Kenneth Bailey)는 아버지가 "달려간" 행동에 엄청난 십자가의 복음이 숨어 있다고 말합니다.
1세기 유대 마을에서, 이방인에게 재산을 날리고 온 패륜아는 마을 사람들에게 '케자자(단절 의식)'를 당하며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체통을 중시하는 중동의 늙은 족장은 결코 뛰지 않습니다.
뛰려면 옷자락을 걷어 올려 맨살(수치)을 드러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저 멀리 냄새나는 아들이 보이자마자 옷자락을 움켜쥐고 미친 듯이 달립니다.
동네 사람들이 아들을 발견하여 돌을 던지기 전에, 자신이 먼저 달려가 그 아들을 끌어안음으로써 마을의 모든 수치와 분노를 자기 몸으로 막아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죗값을 스스로 치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셨습니다.
친히 가장 수치스러운 십자가로 달려가셔서 세상의 모든 돌팔매와 저주를 당신의 맨몸으로 다 받아내셨습니다.
03. '품꾼'으로 죗값을 치르겠다는, 무서운 율법적 교만

반면 성경 주석들이 짚어내는 우리의 뼈아픈 모습은 '아버지가 베푸는 전적인 은혜를 거부하고, 기어코 내 열심(품꾼)으로 죗값을 갚으려는 교만'에 있습니다.
아버지가 숨을 헐떡이며 안아주었을 때 탕자가 꺼낸 말이 무엇입니까?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나를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
얼핏 들으면 아주 겸손한 회개 같지만, 사실 이것은 복음과 원수를 맺는 무서운 종교적 교만입니다.
"아버지의 거저 주는 은혜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내가 품꾼(노예)이 되어 뼈 빠지게 노동해서 이 빚을 내 힘으로 다 갚겠습니다"라는 얄팍한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꾸만 구원을 거래로 만들려 합니다.
내 봉사, 내 헌금, 내 종교적 열심으로 죗값을 갚아 하나님과 '대등한 관계'를 맺으려는 이기적인 자존심을 버리지 못합니다.
내가 구원의 자격을 증명해 내겠다는 태도, 이것이 바로 품꾼이 되려는 율법주의이며 아버지의 가슴에 가장 큰 못을 박는 죄입니다.
04. '신발'을 신겨라, 종의 영수증을 찢어버린 아버지의 선언

아들의 그 얄팍한 계산을 아버지가 어떻게 박살 내시는지 원어와 문화로 묵상해 보면, 은혜의 웅장함에 전율하게 됩니다.
입을 맞추니 (카테필레센, κατεφίλησεν - 20절):
아버지는 돼지 냄새가 진동하는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숨이 막힐 정도로 격렬하고 반복적으로 입을 쏟아붓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품꾼으로 써달라"는 대사를 단호하게 끊어버리시고, 제일 좋은 옷과 가락지를 내어주십니다.
특히 "발에 신을 신기라"는 명령을 주목해야 합니다.
1세기 당시 종(품꾼)들은 맨발로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얄팍한 영수증을 찢어버리시고, "너는 빚을 갚아야 할 종이 아니라, 내 상속권을 가진 완벽한 자유인(아들)이다!"라고 온 동네에 선포하신 것입니다.
개혁주의신학에서는 이것을 전적인 은혜(Sola Gratia)와 '칭의'라고 부릅니다.
구원은 우리가 죗값을 갚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러운 나를 향해 쏟아지는 압도적인 환대 앞에 내 자존심을 버리고, 아버지가 거저 입혀주시는 '아들의 옷과 신발'을 기꺼이 받아들여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05. 결론

여러분.
오늘 당신은 하나님 앞에서 빚을 갚으려 땀 흘리는 피곤한 '품꾼'이십니까, 아니면 값없이 입혀주신 은혜의 옷을 입고 잔치를 누리는 '아들'이십니까?
사순절 25일차, 십자가의 수직적인 하나님 사랑(내면)과 수평적인 이웃 사랑(외면)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두 가지를 실천해 보길 원합니다.
1. 죗값을 갚으려는 '품꾼의 영수증' 찢어버리기:
오늘 죄책감 때문에 하나님을 피하고 싶거나 억지로 종교적 공로를 쌓아 용서받으려던 마음을 멈추십시오.
"주님, 내 열심과 헌신으로 죗값을 치르려던 율법적 교만을 회개합니다.
나를 대신해 세상의 수치(돌팔매)를 당하신 아버지의 십자가 은혜만을 의지하여, 오늘 거저 주시는 아들의 자리로 당당히 나아갑니다."
2. 누군가의 '돼지 냄새(수치)'를 덮어주는 겉옷 되기:
아버지가 달렸기에 아들이 돌을 맞지 않았습니다.
오늘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누군가 큰 실수를 하여 사람들의 비난(돌팔매)을 받을 위기에 처했을 때, 같이 정죄하는 무리에 서지 마십시오. 조용히 그 사람의 편에 서서 실수를 덮어주고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막아주는, 작지만 묵직한 십자가의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해 보십시오.
참된 은혜는 빚을 갚는 것이 아닙니다. 수치를 가려주신 아버지의 옷자락을 덮고(내면), 나도 누군가의 수치를 기꺼이 덮어주는(외면) 생명의 흘러감입니다.
P.S. 킹덤빌더즈: 품꾼의 짐을 벗고 아들의 신을 신는 밤
하나님 앞에서 내 쓸모를 증명하며 죗값을 갚느라 지치셨다면, 냄새나는 나를 격렬하게 끌어안으시는 아빠 아버지의 품으로 오십시오. 유튜브 채널 '킹덤빌더즈' 매일 밤 11시 30분, 품꾼의 무거운 짐을 벗고 영광스러운 자녀의 옷과 신발을 갈아입는 눈부신 잔치로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