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 종려주일] 닻 | 환호하던 군중의 표류와, 삼위 하나님이 완성하신 '큰 구원' (히 2:1-4)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종려주일, 히브리서 2장을 묵상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거부하고 세상의 욕망으로 떠내려가던 얄팍한 환호를 회개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이 완성하신 '큰 구원'에 영혼의 닻을 단단히 내려 표류하는 이웃의 손을 붙잡아주는 생명력을 나눕니다.
종려주일, 예루살렘 성문 앞은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를 외치는 군중들의 뜨거운 환호성으로 뒤덮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5일 뒤, 그 엄청난 군중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빌라도의 뜰 앞에는 "저 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며 저주를 퍼붓는 폭도들만 남았습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군중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들은 하루아침에 괴물이 된 것이 아닙니다. 히브리서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그저 자기 안의 탐욕과 세상의 거센 탁류에 휩쓸려 예수님으로부터 서서히 '흘러 떠내려간(파라루오, παραρρυῶ)' 것입니다.
고난주간의 문을 여는 오늘, 성경은 이 무서운 영적 표류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01. 성경본문
개역개정
히브리서 제 2 장
큰 구원
1 그러므로 우리는 들은 것에 더욱 유념함으로 우리가 흘러 떠내려가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니라
2 천사들을 통하여 하신 말씀이 견고하게 되어 모든 범죄함과 순종하지 아니함이 공정한 보응을 받았거든
3 우리가 이같이 큰 구원을 등한히 여기면 어찌 그 보응을 피하리요 이 구원은 처음에 주로 말씀하신 바요 들은 자들이 우리에게 확증한 바니
4 하나님도 표적들과 기사들과 여러 가지 능력과 및 자기의 뜻을 따라 성령이 나누어 주신 것으로써 그들과 함께 증언하셨느니라
02. 세상 나라를 원했던 자들의 비극, '아멜레오'와 '파라루오'

성경이 짚어내는 우리 실존의 뼈아픈 연약함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거부하고 내 욕망의 물결에 휩쓸려 표류하는 '우상숭배'에 있습니다.
왜 군중들은 예수님에게서 떠내려갔을까요?
예수님이 가져오신 구원이 자신들의 기대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로마를 짓밟고 빵 문제를 해결해 줄 '세상 나라'의 영웅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신을 찢어 영혼을 살리시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선포하셨습니다.
자신의 욕망(세상 나라)이 채워지지 않자, 군중들은 예수님이 주시는 이 영원하고 위대한 구원을 가볍게 여기고 소홀히 대했습니다.
3절은 이를 가리켜 "이같이 큰 구원을 등한히 여기면(아멜레오, ἀμελέω)"이라고 진단합니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하나님을 시시하게 여길 때, 우리 영혼의 닻은 스르르 풀려버립니다.
그리고 결국 내 욕망의 탁류에 휩쓸려 영적 난파선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03. 천사의 율법(그림자)을 넘어선 아들의 실체

우리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이 구원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구속사의 최종 결론입니다.
히브리서 2절은 구약 시대에 '천사들을 통하여 하신 말씀(율법)'을 언급합니다.
율법은 구원의 그림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자(율법)를 어긴 자들도 견고한 심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종말의 때에 창조주이신 '아들(예수 그리스도)'이 직접 육신을 찢어 완성하신 이 진짜 실체, 즉 '큰 구원(텔리카우테스 소테리아스, τηλικαύτης σωτηρίας)'을 거부하고 떠내려가는 자들이 어찌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
십자가는 결코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
04.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주적 걸작품, '큰 구원'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큰 구원이 예수님 혼자서 대충 만들어내신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3-4절은 완벽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협력 사역을 보여줍니다.
이 구원은 '성자 예수님'이 십자가와 부활로 처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성부 하나님'은 표적과 기사들로 그 복음이 진리임을 '함께 증언(쉬네피마르튀레오, συνεπιμαρτυρέω)' 하십니다.
마치 사도들의 복음 전파 옆에 서서 "나도 이 말씀이 진리임을 보증한다"며 하늘의 도장을 찍어주시는 것과 같습니다.
동시에 '성령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따라 성도들에게 은사를 나누어 주십니다(메리스모스).
우리가 받은 이 구원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온 우주적 지혜와 능력을 총동원하여 피로 빚어내신 눈부신 걸작품입니다.
이 거대한 은혜 앞에 우리는 결코 사변적인 지식으로 머물거나, 세상으로 떠내려갈 수 없습니다.
05. 결론

여러분.
오늘 당신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걸작품인 큰 구원에 닻을 내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세상 나라의 욕망을 좇아 서서히 표류하던 종려주일의 군중과 같습니까?
거대한 세상의 물결을 거슬러 생명의 항구에 닻을 내리기 위해 구체적인 수직/수평적 실천을 결단해 봅시다.
1. '세상 나라'의 통치권을 반납하고, 삼위 하나님께 닻을 내리는 5분 기도:
오늘 5분간, 내 욕망대로 하나님을 통제하려 했던 헛된 '호산나'를 멈추십시오.
그리고 내 영혼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거대한 사랑 앞에 온전히 결박하며 기도하십시오.
"주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큰 구원을 등한히 여기고 세상 나라의 탁류로 표류하려 했던 나의 패역함을 회개합니다.
오늘 나의 통치권을 하나님 나라의 왕이신 주님께 반납합니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피로 이루신 이 위대한 구원 십자가에 내 영혼의 닻을 단단히 내리게 하옵소서."
2. 탁류에 휩쓸려 표류하는 이웃에게 '삼위 하나님의 생명줄' 던져주기:
내 영혼이 단단히 닻을 내렸다면, 이제 주변의 흔들리는 지체들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 세상의 거센 속도전과 염려에 휩쓸려 신앙의 활력을 잃고 조용히 표류하고 있는 동료나 가족이 있습니까?
섣부른 훈계 대신, 삼위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생명줄을 던져주십시오.
"성령님, 오늘 내가 저 영혼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든든한 닻이 되게 하옵소서."
오늘 그에게 다가가 밥 한 끼나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주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몰라. 흔들려도 괜찮아, 내가 같이 기도해 줄게"라며 그의 떨리는 손을 꽉 잡아주는 십자가의 동행을 실천해 보십시오.
기독교는 거대한 세상의 탁류 속에서 내 배를 불리며 적당히 떠내려가는 종교가 아닙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완성하신 우주적인 큰 구원에 영혼을 묶고, 죽어가는 이웃을 건져 올리는 치열하고도 영광스러운 생명의 항해입니다.
P.S. 킹덤빌더즈: 표류를 멈추고 거대한 구원에 닻을 내리는 밤
세상 나라의 화려함에 속아 내 영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표류하고 계셨다면, 당신을 붙잡기 위해 삼위일체 하나님이 온 우주를 동원해 마련하신 은혜의 품으로 오십시오. 유튜브 채널 '킹덤빌더즈' 매일 밤 11시 30분, 은밀한 표류가 멈추고 십자가의 큰 구원이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기적의 자리로 초대합니다!

